임신,출산,육아 정보

임신말기까지 내가 겪은 자잘한 이벤트

동그리🐻 2023. 2. 13. 14:42
반응형

임신중기에 소양증이 한번 지나간 후로 임신 말기까지는 크게 힘든 것 없이 자잘한 이벤트들만 있었다.

1. 역아

29주 검진때 태아가 잘 돌아있다고 들었는데 32주 차에는 둔위자세라고 했다.

아직 제왕절개할지 자연분만할지 (둘다 싫어서) 선택하지 못한 나는 '그래, 차라리 꿍이가 둘 중 하나로 선택해 줘' 라며 선택권을 아이에게 주고 역아를 돌리기 위한 별다른 노력을 하지 않았다...ㅋ 

사실 제왕절개든 자연분만이든 태아 머리가 아래로 향하고 있어야 출산이 수월하다고해서 아이를 돌리기 위해 고양이 자세를 시도했었는데 할 때마다 아랫배가 아릿 찌릿하게 아파서 두어 번 하고 그만뒀다. 

! 태아를 돌리기 위한 고양이자세이지만 고양이 자세 후 배가 아프다면 무리해서 진행하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

다행히 34주 차 검진 때 아이가 다시 정상자세를 하고 있다고 해서 안심했다.

 

역아라고 했을 때 다시 돌았나 안 돌았나 병원을 가보기 전까지는 알 수가 없어서 답답했다. 그래서 태아가 딸꾹질을 할 때면 딸꾹질이 느껴지는 위치가 어디인지 늘 신경을 곤두세워 느껴보곤 했는데 이건 진짜 의미 없는 짓이었다. 역아일 때도 아닐 때도 딸꾹질 위치는 늘 아랫배 쪽에서 느껴졌기 때문에.

 

그나마 어림짐작으로 알 수 있는 방법은 유독 태동이 심한 날이 있다면 아이가 돌았을 확률이 높다는 것이다. 당시에는 몰랐는데 아이가 역아라고했을 때도 다시 정상위치라고 했을때도 그전에 크게 태동을 느꼈었다. 그냥 오늘따라 태동이 세네 정도만 생각했지 애가 자세를 바꾸고 있을 거라곤 생각못했움.. 

 

아무튼 진리의 사바사가 태아한테도 적용된다. 돌애는 돌고 안돌애는 안 돈다.

 

2. 환도선다, 다리 저림, 밑빠짐 증상 (ft. 소화는 너무 잘됨)

임신중기쯤 이게 환도선다인가? 하는 통증이 있었다. 꼬리뼈부근이 앉아있다가 일어설때나 서있다가 앉을때 아팠음. 그러나 이건 약과라며,, 임신 말기에는 왼쪽허리부터 다리가 쫙 아파서 제대로 걷는게 힘들었다. 처음에는 왼쪽만 아파서 혹시 갑자기 나온 배때문에 허리가 견디지못하고 디스크가 터진건가..하는 걱정도 했는데 디스크랑은 확실히 다른 통증과 증상이었다. 다리가 저리는 증상은 임신 중기부터 쭈욱 계속됐는데 특히 저녁에 잘때 다리가 심하게 저렸다. 잠들라치면 다리가 저려서 깨고, 이자세로 바꿔도 저 자세로 바꿔도 다리가 저려서 잠을 깊게 자지 못했다. 환도선다 증상이 심해지니 다리 저림도 같이 심해져서 거의 선잠을 잤던 것 같다. 게다가 임신 후기로 갈수록 화장실 가는 빈도수도 잦아져서 더더욱 새벽에 잠을 깊게 자지 못했음. 근데 희한하게 소화는 너무 잘됐다. 다른 임산부들은 배가 나올수록 소화가 안된다는데 나는 임신 기간 내내 (토덧, 체덧일때 제외하고) 대체적으로 소화가 잘되는 편이었다. 임신 전에는 만성위염 때문에 한두 달에 한 번은 꼭 밤에 잠도 못 자게 속이 쓰리고 소화가 안 됐는데 오히려 임신하고는 그런 증상이 없어졌다. 아마도 임신하고 술을 안 마셔서 그런 듯싶다^^

반응형

3. 가진통

35주 2일이 되던 날 새벽에 갑자기 배가 살살 아파왔다. 배가 아팠다가 안 아팠다가 하는 것이 느낌이 안 좋아서 진통 어플을 켰다. 그리고 아플 때마다 기록을 했는데 거의 5분 간격으로 진통이 왔다 가기를 1시간이 지속됐다. 남편을 깨워서 병원을 갈까 말까 잠시 고민 후에 옷을 챙겨 입고 다니는 산부인과 응급실에 갔다. 

근데 민망쓰하게 응급실 침대에 누워 태동검사를 하는데 수축이 1 도안 잡힘 ^^ . 물론 당연히 진통도 거짓말처럼 사라졌다..아분명히 집에선 아팠다구요ㅠ

30분 정도 태동검사를 하고 아무것도 안 잡히니 간호사가 의사를 호출했다. 당직 의사 아주 삭아지없게 '산모님 가세요 그리고 지금 주차에 출산해도 아무 문제없으니까 걱정 말고 집에 가세요'라고 퉁명스럽게 말해서 눼..하고 나왔다.

그리고 그 담날부터 출산 전까지 쭈욱 아무 진통 없이 매우 멀쩡하게 하루하루를 보냈다

 

그렇다 할 이벤트는 이 정도인 것 같다. 

임신하고 느낀 건데 임신은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정말 사람마다 증상이 너무너무 다르다. 나와 비슷한 시기에 임신한 회사 동료는 입덧부터 시작해서 아무 증상도 없이 임신기간을 보냈고 나는 중간중간 소양증이나 입덧 토덧 체덧 등등의 이벤트들이 있었지만 정도가 심하지 않아서 견딜만했다. 또 다른 친구들이나 맘카페 글을 보면 너무너무 힘들게 임신기간을 보낸 사람도 있고.. 아무튼 그래서 결론은 임신은 힘들다.... 사람마다 증상이 달라서, 같은 증상이더라도 정도가 달라서, 원인이 달라서 해결방법에 정답이 없다는 것. 그냥 모성애로 10달 버티는 것밖에는..

 

그래도 나는 나름 나의 D라인이 너무 귀여웠다. 내 인생에 몇 번 없을 (어쩌만 한 번이 마지막일) D라인이라 거울 보면서 내심 귀여워해줬다. 이런저런 증상들도 내 인생 중 딱 10개월 동안만 느낄 수 있는 증상이라 최대한 즐기려고 했다. 그 덕에 남편한테 어린양도 부리고 평소에 다이어트한다며 자제했던 것도 맘껏 먹고 할 수 있어서 좋았다.

출산한 지 한 달밖에 안 됐는데 벌써 임신했을 때의 내가 조금 그립니다. 나랑 꿍이 둘이만 느끼던 태동도 그립다. 출산 전에는 꿍이가 어떻게 생겼을지 너무 궁금해서 빨리 낳고 싶었는데 막상 낳으니 또 꿍이랑 둘이 소통하던 태동이 사라져서 아쉬운.. 이상한 상태ㅎㅎ 하지만 태동보단 꿍이 얼굴을 매일 아침 볼 수 있는 지금이 훨씬 좋다!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