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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산 후기 (ft. 제왕절개) / 기록용..

동그리🐻 2023. 2. 14. 1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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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년 1월 10일 새벽 1시 (38주 5일차)

잠든지 1시간정도밖에 안됐는데 배가 아파서 잠에서 깼다. 너무 아픈건 아니었고 그냥 잠에서 깰정도의 아픔이었다. 35주차에 가진통을 한번 겪었기 때문에 이번에도 가진통이겠거니 하고 일단 참았다. 무시하고 잘려고 노력했으나 잠이 든것도 아니고 안든것도 아닌 애매한 상태로 1시간정도 지났다.  2시 30분쯤 화장실에 다녀왔는데, 오.. 이게 그 말로만 듣던 이슬인가? 싶은 피가 휴지에 묻어나왔다. 직감적으로 이건 가진통이 아니구나 느꼈지만 당장 할 수 있는게 없으니 그냥 침대에 누웠다. 진통은 밤새 계속 됐다. 근데 못참을 정도로 쎈 진통은 아니었고 매우 심한 생리통정도의 아픔이었다. 참을순 있지만 잠들순없는 진통이라 혼자 뜬눈으로 밤을 샜다. 밤새 진통이 세지고 주기도 짧아지면, 그래서 병원 방문했을때 자궁문도 많이 열려있고 아이도 내려와있다고하면 자연분만을 하자고 밤새 진통을 겪는동안 다짐했다. 해가뜨고 드디어 병원문이 열릴시간. 조용히 끙끙댄 내 덕에 세상모르고 자고있던 오빠를 깨워서 병원으로 향했다. 

 

참 희한한게 병원에만 가면 진통이 없어지거나 약해짐 ^^. 분명 새벽 내내 아팠는데 병원에 오니 아픈정도가 반으로 줄었다. 그래도 여전히 이슬은 나오고있었기 때문에 태동검사와 내진을 했고 수축이 잡히고있고 자궁도 1~2센치 정도 열린것을 확인했다. 이 순간까지도 제왕이냐 자분이냐 고민하고 있던 나에게 담당의가 내 속골반이 평균보다 좀 작고 아이 머리가 좀 큰편이라 자연분만을 권유하진 못하겠다고 해서 조금의 고민끝에 제왕절개를 하기로했다.

 

근데 1월은 출산율이 높다며,,, 수술 시간을 잡는게 어려웠는지 꽤 오랫동안 대기를 해야했다. 침대에 누워서 제모도 당하고 (관장은 안당해서 너무 다행이었다..) 손목쪽에 아주 두꺼운 바늘도 꽂았다. 속옷은 다 탈의하고 수술복만 입은채로 침대에 누워 오빠랑 대기를 하고있는데, 간호사분이 들어와서 어렵게 수술시간을 12시 50분으로 잡았다고 알려주셨다. 수술시간이 가까워지자 대기실로 이동했고 거기서 오빠랑 앉아 멍때렸다. 대기실에는 자연분만을 준비하는 산모들이 열심히 짐볼을 타거나 스트레칭을 하고 있었다. 나는 제왕절개니 굳이 움직이지 않고 두려움에 떨며 가만히 앉아있었다. 

그리고 12시 50분. 수술대에 누웠고 새우자세를 하라고 해서 열심히 등을 구부려 새우자세를 했다. 척추 마취가 진행됐고, 마취제가 들어간지 몇초도 되지 않아서 다리에 감각이 없어졌다. 처음에는 잇몸 마취하는것같은 느낌이 다리에 들더니 순식간에 감각이 사라져서 와 너모 신기하다...하고 있었는데 바로 이어서 수술할게요 라는 의사말이 들렸고 또 바로 이어서 애기 울음소리가 우렁차게 들리며 꿍이가 태어났다. 

 

너무 순식간에 태어나서 어리둥절했다. 아마 나만큼이나 꿍이도 어리둥절하지 않았을까싶다. 그래서 그렇게 우렁차고 짜증스럽고 서럽게 울었던것같다 ㅋㅋ 나는 정말 쟤가 내 뱃속에서 나온애야?라는 물음표가 머리에 백만개 떴다. 근데 뭐 이런저런 생각할시간도 없이 간호사가 오빠에게 꿍이 탯줄을 자르라고 시켰고 그 다음은 꿍이를 내 가슴위에 올려두고 오빠랑 셋이 인증샷도 찍어주셨다. 그리고 나는 아마도 수면마취에 들어간것같다 .정신차리고 보니 병실이었고 진통제와 수액을 주렁주렁 달고있었다. 다리는 여전히 감각이 없었고 움직이려고해도 움직일 수 없어서 너모 신기해했다. 덕분에 오로패드를 갈아주러 오신 간호사 선생님께 저항도 못하고 내몸을 맡길수밖에 없었다. 

 

사실 수술하고 마취가 덜풀려 정신이 몽롱한 상태인지라 어떻게 하루하루가 지나갔는지 기억이 명확하지는 않다. 계속 졸았다. 머리만 대면 졸음이 쏟아져서 꾸벅꾸벅 졸았다. 그와중에 빨리 꿍이를 보러가고싶어서  다리 감각이 조금씩 돌아옴과 동시에 침대에 누워서 열심히 발가락과 다리를 꼼지락 거렸다. 그리고 수술 담날 아침 소변줄 뽑자마자 병원복도를 열심히 걸어다녔다. 덕분에 회복이 빨랐던것같다. 출산 담날 꿍이를 처음 봤다. 너무 신기하고 사랑스럽고 소중했다. 

 

1월 출산이라 갑작스러운 수술로 1인실이 없었다. 덕분에 6인실에 이틀간 입원했는데 이때 진짜 정신적으로 힘들었다. 막 수술하고 나와서 정신도 없고 헤롱헤롱한 상태인데 입원실 근처에 신생아실이 있어서 24시간 애기들 자지러지게 우는 소리를 들어야했다. 또 새벽이고 아침이고 시도때도없이 6명의 환자들의 상태를 체크하기위해 간호사들이 들어와서 불켜고 살펴보고 갔기 때문에 깊게 통잠을 잘 수도 없었다. 무엇보다도 나는 모유수유, 직수에 거부감이 조금 심한편인데 병원에 모유수유전담팀이 수시때로 찾아와서 나의 가슴상태를 묻고 체크했다. 나는 초유만 먹이고 단유할것이며 초유도 유축으로 먹일예정이라고 말씀드렸음에도 계속 찾아와 모유수유할것을 은근히 강요해서 너무 스트레스받았다. 

 

3일째되던날 다행히 1인실이 나서 병실을 옮겼다. 그리고 내 정신도 어느정도 돌아와서 내가 지금 스트레스가 심하구나 라는 사실을 인지하게 됐다. (그전에는 비몽사몽이라 내 상태가 어떤지 나 스스로 돌아볼 정신도 없었다.) 자지러지게 우는 신생아들 사이에 있을 우리 꿍이, 24시간 밝은 신생아실, 24시간 콜받느라 전화기 소리가 울리는 신생아실, 태열, 엉덩이 발진, 요산뇨. 전부 꿍이가 처해있는 상황이었다. 태어난지 몇시간 안된 쪼끄만 아이가 너무 많은 자극과 스트레스 환경에 노출돼 있는건 아닌가, 내 몸 하나 회복하자고 아이에게 너무 가혹한 환경은아닐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출산후 스트레스도 스트레스고 맘이 많이 약해져있었기때문에 아이에게 미안한 마음에 눈물이 날지경이었다. 병원에서는 제왕절개시 6박7일의 입원을 권유했지만 나는 고민끝에 3박 4일만에 퇴원하기로했다. 사실 조리원도 환경이 크게 다르지 않을 것 같아 조리원도 취소할까 고민을 많이 했는데 일단 내 몸이 회복이 돼야 육아도 잘 할 수 있다는 남편말에 조리원은 취소하지 않기로했다.

 

병원 퇴원후 조리원으로 들어갔다. 조리원은 병원보다 신생아수가 확실히 적었고 신생아실이 통창으로 돼있어서 안이 훤히 들여다보여 맘이 놓였다. 또 아가 침대마다 머리위에 베베캠이 있어서 방안에서도 꿍이상태를 체크할 수 있어서 맘이 편했다. 방도 호텔처럼 편했고 마사지, 마사지기, 찜질등을 하며 하루하루를 보내니 스트레스가 많이 가라앉았다. 

물론 일주일정도는 평온했고 나머지 일주일은 너무 심심했다 코로나라 다른 산모들과 식사를 같이한다거나 프로그램을 같이 하는 일이 거의 없었다. 그래서 하루하루 혼자 놀기 달인처럼 보냈다. 덕분에 우리 꿍이 이름도 지을 수 있었다ㅎ

 

조리원 퇴소 전날, 일주일에 2번 조리원으로 회진을 오는 의사가 나를 불렀다. 아이 심장에서 잡음이 들린다고 병원 진료를 권유했다. 맘이 심란해진 나는 바로 다음날인 퇴소날, 집에 가기전에 병원에 들렸다. 다행인지 아닌지 소아과 의사는 대수롭지 않게 여겼고 조금 더 지켜보자고했다. 너무 대수롭지 않게 넘겨서 돌팔이 아니야? 라는 생각과 동시에 큰일이 아니니 호들갑떨지 않으신거겠지 라는 생각이 들었다. 일단은 지켜보기로했다.

 

조리원 퇴소날이 금요일이었는데 이날은 어찌저찌 힘들지 않게 셋이 저녁을 보냈다. 다음날인 토요일에는 친언니가와서 이것저것 알려주며 시간을 보냈고 그 다음날인 일요일에는 시댁부모님이 오셔서 또 어렵지 않게 하루를 보냈다. 월요일부터 2주간은 산후도우미 이모님이 오셔서 어렵지 않게 꿍이와의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이번주 월요일, 그러니까 어제부터 꿍이랑 둘이 시간을 보내고 있는데 아직까지는 죽을만큼 힘들진 않은것 같다. 애기가 잠투정이 심해서 새벽에 쪽잠자야하는 것 빼고는 그럭저럭 지낼만한것 같다. 

 

사실 병원-조리원-도우미이모님-주말에 시어머님 손에 아이를 맡기면서 내 감정이 많이 우울했다. 내가 엄마인데 아이는 태어나서 근 한달간을 타인손에 자라고있는게 뭔가 질투도 나고, 내 아이를 뺏기는것 같은 이상한 불안함과 초조함도 생겼고 동시에 엄마로서 너무 서툰 내 자신이 무능하게 느껴지기도했다. 그래서 괜히 오빠한테 심술도 부리고 했는데 온전히 아이를 내가 케어하게 되니 그런 마음은 많이 사라졌다. 

병원에서부터 도우미 이모님까지 기간동안 내몸 회복을 위해 정신회복은 개나준 느낌?ㅋㅋ 이젠 정신은 좀 괜찮아졌겠지만 몸이 힘들차례인것같다 .... 육아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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