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임테기를 확인하기 전날부터 입덧이 있었다. 이상하게 속이 울렁거리고 입맛도 없어서 다음날 임테기 했더니 두줄이 뚜둥! 그렇게 12주 정도까지 입덧이 계속됐다. 입덧 약을 먹어야 할 정도로 심하진 않았지만 일상생활이 힘들게 느껴지긴 했다. 그런데 12주 땡 하자마자 입덧이 거짓말처럼 사라졌고 동시에 거짓말처럼 온몸이 간지럽기 시작했다.
'소양증'이라는 것 자체를 태어나서 한번도 들어본 적이 없었는데 맘 카페를 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이런 증상이 임신 중에 나타날 수도 있구나' 정도만 인지를 하고 있었다. 그런데 그 일이 저에게 일어났습니다?
보통 살이 많이 찌면서 막달쯤 혹은 아이를 출산하고 소양증이 온다고 하는데 나는 중기 시작하자마자 소양증이 찾아왔다. 그래서 처음엔 이게 뭐지? 싶었는데 뭐긴뭐야 소양증이다!라는 기세로 빠르게 온몸에 두드러기가 나기 시작했다. 이전 포스팅에서 볼 수 있듯이 배, 옆구리부터 시작해서 팔다리로 번지기 시작했다.

배랑 엉덩이 옆구리가 제일 심했고 점점 허벅지를 타고 무릎까지 내려왔다. 그리고 손목 안쪽과 손등까지 번지더니 결국엔 목까지 번져버렸다. 하루종일 간지러움에 시달렸는데 가장 절정은 저녁이었다. 안그래도 저녁만 되면 가려움이 2배가 되는데 온몸에 이것저것 치덕치덕 바르고 끈적한 몸을 침대 위에 뉘이면 그야말로 불쾌감 맥스를 찍는다. 몸을 시원하게 하기 위해 곰돌이 푸마냥 상의만 입은 채 에어컨과 선풍기를 틀고 누우니 맨살이 이불에 쩍쩍 달라붙음과 동시에 또 간지러움이 배가 된다. 매트도 쿨매트로 바꿔서 사용했지만 전혀 효과 없음.
입덧은 비교도 안될 만큼 간지러움증은 사람을 미치게 만들었다. 그래서 진짜 할 수 있는 건 다 해봤다.
*절대 제품 홍보가 아니며, 나의 소양증 극복기를 기록하기 위해 작성하는 글입니다.*
1. 유산균
유산균이 많아야 피부 면역력이 생겨서 소양증 극복에 좋다고 하길래 먹는 유산균 + 피부 유산균 + 청국장 가루를 주문했다.

유산균은 매일 아침 일어나서 털어먹고 아침 대용으로 사과와 청국장+아몬드브리즈를 먹었다. 유산균 공급 + 쾌변을 통한 독소 배출이 목표였는데 그다지 큰 효과는 없었다.
2. 피부 보습
피부가 건조하면 더 간지럽다고 해서 미친 듯이 발라댔다. 일단 많이들 쓰는 알로에를 대량 주문했고 간지러움에 좋다는 포포크림도 직구로 구매했다. 바르기만 하면 너무 끈적거려서 뿌리는 간지러움 완화 미스트도, 천연 밤도 샀고 플러스로 어머님이 간지러움에 좋다며 보내주신 G&H 바디로션까지 치덕치덕 발라댔다.
4만원이 넘는 진마유 크림도 구매해서 특히나 피부가 연약한 곳에 발라줬다. (마유크림은 매우 오일릭해서 자기전에만 발라줬다.)

3. 샤워 방법 + 제품 변경 / 사해소금 입욕
뭐든 강려크한걸 좋아하는 나는 샤워타월도 아주 깔깔한 걸 썼다 (피부에 안 좋은거 앎). 물도 아주 뜨거운 물로 샤워해야 몸 지지는 효과와 함께 개운해했는데 (피부에 안좋은 거 앎) 소양증은 무조건 자극이 최소화돼야 하고 몸에 열이 오르면 안 된다고 해서 샤워타월 없이 손으로만 거품을 내서 샤워를 하기 시작했다. 물도 미지근-시원함 사이의 물 온도로 맞춰줬다. 바디 워시도 약산성으로 써야 피부 가려움 완화에 도움이 된다고 해서 어머님이 보내주신 G&H바디워시를 사용했다.
손으로만 닦으려니 여간 찝찝하고 개운치 않은 게 아니었는데 그나마 사해소금으로 입욕을 해줘서 찝찝함을 조금 덜어낼 수 있었다. 사해소금이 소양증에 도움이 된다고 100프로 말할 순 없지만 너무 괴로웠던 나는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사해소금 입욕제와 욕조를 구매했다. (우리 집에 욕조 없음) 사해소금이 피부의 불순물, 노폐물을 배출시켜준다고 해서 진짜인진 모르나 플라시보효과를 믿고 구매했다. 거의 매일, 적어도 이틀에 한번정도 사해소금으로 입욕을 해줬다. 물온도는 역시 미지근-시원 사이로 맞춰줬다. 20분 정도 입욕 후에 깨끗한 물로 한번 몸을 행궈주는식으로 했다. 기분탓인진 모르겠으나 확실히 입욕 후에 몸이 조금 덜 간지럽기는 했다.

4. 피부 온도 (춥고 차갑게... / 에어컨, 냉찜질팩)
몸에 열이 오르면 더 간지럽다고해서 몸을 차갑게 해 줬다..... 임신 중인데 이래도 되나 걱정이 됐으나 일단 내가 죽겠어서 차갑게 지냈다. 다행히 소양증을 7월 한 달간 앓았기 때문에 에어컨도 선풍기도 틀 수 있었다. 한겨울에 앓았다면 집에 보일러도 못때고 덜덜 떨며 지냈어야했을듯...
가려운 부위는 아주 차갑게 만들면 일시적으로나마 간지러움이 완화돼서 냉찜질팩을 사서 사용했다.

근데 배가 간지러울 경우에는 사용하지 않았다 주로 등이나 허벅지에 사용했다. 아무래도 태아가 있는 배에 직접적으로 대기에는 이건 좀 아닌데 라는 생각이 들어서 자제했다.
5. 속옷 교체 (면 팬티)
여자 중에 상여자(?)라 속옷에 신경 1도 안 씀. 결혼하고 어머님이 안 입는 새 속옷이 너무 많다고 주셔서 그 속옷 그냥 그대로 입으며 지냈다. 그러다 소양증이 찾아오고 면 팬티로 입는 것이 좋다는 글을 한 줄 읽고 바로 면팬티 구매했다. 어차피 배 나오면 속옷을 바꾸기도 해야 해서 V자 팬티를 11장 구매했다. 싼데 개편하다.

6. 광선치료
광선치료로 효과를 본 후기가 적지 않길래 나도 바로 피부과로 달려갔다. 피부과 의사쌤은 광선치료가 효과 있다고 말 할 수 없지만 원하면 치료가 가능하다고 하셨다. 말했듯이 나는 지푸라기라도 잡아야하기 때문에 무조건 한다고 했고 3,4일에 한번 광선치료를 했다. 딱 2번 밖에 하지 않았지만 전혀 효과가 없었다. (산부인과 담당의가 효과없는 거에 돈쓰지 말라고해서 두번만하고 말았다)
7. 병원 약 처방 (바르는 연고 + 먹는 약)
소양증을 약 12주부터 16주까지 앓았는데 (지금도 살짝 남아있지만 참을만한 정도다) 임신 중기라고 해도 약을 먹기에는 찝찝한 면이 있어서 사실 약을 안 먹기 위해 위의 6가지 방법으로 버티고 있었다. 의사가 바르는 약, 먹는 약을 처방해줬지만 먹는 약은 웬만하면 안 먹었고 바르는 약도 소량씩 바르며 버텼는데 결국에는 약으로 고쳤다.........

처음에 받아온 약은 락티케어와 페니라민정이었다. 락티케어는 스테로이드 성분이 1%밖에 들어있지 않아서 임산부 사용 가능한 약이라고 하셨다. 그래도 초반에는 조금 찝찝해서 소량씩 바르다가 나중에는 그냥 덕지덕지 바름 (담당의 말로는 피부로는 거의 약 성분이 흡수되지 않기 때문에 너무 사리지(?) 않아도 된다고 했다.) 그리고 처음 처방받은 페니라민정은 거의 효과가 없었다. 5일 정도 먹었는데 처음 한두 번만 가려움이 약간 완화되는 것 같다가 나머지 3일 정도는 전혀 효과가 없었다. 다음에 처방받아온 약은 지르텍! 페니라민정은 하루에 2~3번 정도 먹는다면 지르텍은 저녁에 자기 전에 한 번만 먹으면 된다. 그것도 매일 먹을 필요는 없고 간지러울 때만 먹으라고 하셔서 2,3일에 한알꼴로 먹었다. (한알 먹으면 2~3일 정도 간지러움이 확실히 완화돼서 2,3일에 한알 꼴로 먹을 수 있었다.)
그리고 거짓말처럼 며칠만에 나음.................. 그동안의 고통과 노력이 허무할 정도로 너무 금방 나았다.
***결론, 병원 처방약은 모두 임산부에게 안전하다고 검증이 끝난 약이므로 찝찝하다고 복용을 미루지 마시고 의사를 믿고 아이를 믿고 나를 믿고 (?) 그냥 복용하는 것이 가장 현명한 방법입니다. 소양증은 초기에 잡아야 산모가 받는 스트레스가 1/100000로 줄어듭니다***
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허무하지만 아무튼 소양증에서 벗어났다는 게 너무너무 행복한 요즘이다.
이러다가 막달에 다시 찾아올 수도 있다고는 하는데.. 그건 그때 가서 걱정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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